무더운 여름,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냉방기기의 사용이 늘면서 실내외 온도차로 인해 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콧물이나 잔기침을 하는 것도 걱정이지만 열이 오르는 게 더 신경쓰인다. 유아 열감기는 보통 2~3일 지속되는데 입맛이 떨어지고 기운도 없고 심할 경우 인두와 후두에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감기는 미미한 증상이 여러 날 지속되기도 하고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더 심해지기도 한다. 잔기침을 하고 콧물만 흘리던 아이가 한밤중에 심하게 열이 오르기도 하므로 감기 증상을 보인다면 유아 열감기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이는 것이 중요

열 자체가 아이의 머리를 나쁘게 하거나 뇌에 손상을 입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열이 심하면 열성경련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열을 내려야 한다. 열이 나거나 아이가 힘들어하면 체온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38℃ 이상이라면 어린이용 해열제를 우선적으로 먹이는 것이 좋다. 고열이 난 아이에게 무조건 물수건으로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은 오히려 아이를 위험하게 할 수 있기 때문.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평소 체온계와 어린이용 해열제를 늘 상비하는 게 기본. 해열제를 먹인 뒤 30분이 지나도록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30℃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수건을 적셔 아이의 온몸을 닦아준다. 이때 수건은 물이 뚝뚝 흐르는 정도여야 한다. 열이 많이 나면 대개 말초혈관이 수축되어 손발이 차가워지는데 이때 물수건으로 마사지하듯 문지르면 혈액순환과 열을 발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열이 나면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안 되므로 미음이나 죽을 조금씩 먹이고, 탈수가 오지 않도록 물을 수시로 마시게 한다. 어린이 해열제마다 복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6시간마다 복용이 가능하므로 열이 다시 오른다면 추가로 먹여도 된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더라도 몸에 열이 날 때는 기저귀까지 모두 벗겨놓는 것이 좋다. 열이 39℃가 넘거나 열성경련을 보일 때, 생후 6개월 미만일 때는 바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도록 한다.

증상에 따라 해열제를 선택할 것

열이 나며 중이염 같은 염증을 동반한다면 소염작용이 있는 이부프로펜 성분의 소염진통제가 효과적이다. 그러나 고열 증상만 있는 열감기라면 해열 진통 작용만 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는 위와 장의 부담이 적으며 열을 내리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의 대표는 타이레놀. 어린이용 타이레놀은 생후 100일부터 복용이 가능하며 공복에 먹어도 되므로 한밤중에 갑자기 열이 날 때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간혹 급하다고 성인용 해열제를 쪼개 먹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과량 복용할 수 있으므로 절대 삼갈 것. 이가 나고 약을 잘 먹는 아이라면 씹어먹는 어린이 해열제가 약 먹기를 싫어하는 아이라면 액상 해열제가 적당하다.

해열제는 오래 두고 복용하지 말 것

대개 구급약통에 해열제나 소화제 등 상비약을 갖춰놓고 보관 기간에 상관없이 두고두고 복용하는 가정이 많다. 하지만 약마다 사용기한이 있으며, 이 기한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질 뿐 아니라 액상제제는 변질되기까지 한다. 특히 시럽제가 많은 어린이 약품의 경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상비약으로 병채 보관한 액상 해열제의 경우 개봉 1개월까지 복용 가능하지만 가능하면 1주일 이내에 사용하고, 기간이 지나면 새 상비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처방으로 조제 된 액상 해열제의 유효기간은 최대 7일로, 기간이 지나면 미련없이 버릴 것. 평소 약은 아이 손에 닿지 않은 약장에 보관하도록 한다.

◆ 해열제, 여름이라고 냉장고에 넣는 건 금물

여름에는 변질을 우려해 액상 해열제를 냉장고나 냉동실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금물이다. 액상 해열제는 1년 내내 상온에 두는 것이 정석. 0℃ 이하에서 보관할 경우 약 입자들이 엉켜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침전물이 생겨 한 번에 많은 약 입자를 복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액상 해열제는 한여름이라도 그늘지고 서늘한 상온에 보관하고, 약 성분이 가라앉아 있다면 복용 전에 흔들어 먹이도록 한다. 어린이용 타이레놀 현탁액처럼 약 성분이 침전되지 않는 제품도 있다. 간혹 병원에서 처방받은 조제약을 오래 두고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삼가야 한다. 조제약은 아이의 나이, 체중 및 몸 상태에 맞춰 처방한 것이므로 아이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함부로 먹여서는 절대 안 된다.